흘러가는 시간과 자연스러운 현상 안에서 질서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경화 전 액체 상태인 레진이라는 재료를 활용하여 중력 속에 자리 잡는 자연적 풍경과 현상을 나타내었던 시도는, 실제로 스스로 존재하는 모습(자연自然)과 그것을 나타내는 이 사이에서의 균형점은 어디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완벽한 균형 상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작은 변수로 인해 그 상태는 무너지고 또 다른 균형점을 찾아서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러한 균형점을 찾는 과정 속에서 오만한 집착보다는 내려놓을 수 있는 겸손함을, 먼 미래가 아닌 발붙이고 서 있는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대해 더 묵상하게 된다. 나아가 중력에서 비롯된 자연처럼 인간은 어떤 힘에 기대어 살아가는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현상 안에서 개입되어지는 의도는 어느 정도에 위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가게 된다.
작품은 우주와 중력, 그리고 작가가 거주하는 제주 풍경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만들었다. 그러한 이미지들을 다루는 이유는 어쩌면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절대적 기준이나 방향성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대와 달리 세상은 늘 혼탁하고 모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절대적인 그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낱 나의 마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작은 존재를 위한 절대적인 그 무엇을 말이다.
거대한 자연과 우주 속의 한낱 먼지와 같은 존재인 ‘나’를 인식하는 것은 존재를 소외시키거나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삶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가려는 과정 속의 능동적 존재임을 일깨운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삶 앞에서 보이는 태도와도 동일하다. 당장만큼도 제어할 수 없는 무겁기만한 삶 속에서 여전히 궁금해하고 알아가며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